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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기 방/하고픈이야기

누군가를 떠나 보낸다는건...

Bach81 2015. 2. 10. 04:01



2005년 저녁 약속이 있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사실 할아버지를 거의 십년 넘게 못 뵀는데 돌아가셨다는 말에 난 한국을 가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오지 말라고 하셨다.
이유는 알지만 초등학교 1학년때 친할머니 돌아가셨을때도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했는데 또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날 너무 힘들게 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 어렴풋이 혼자 몇일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얼마뒤 아빠의 배 위에 올라가 놀고 있는데 아빠가 날 쳐다보시다가 눈물을 흘리시던게 생각이 난다.
그제서야 난 할머니께서 돌아가신걸 알게 되었다.
난 친할머니의 외형 성격 손재주등 친할머니를 쏙 빼닮았다고 한다.
유난히 날 예뻐해주셨던 할머니.
가끔 부산 친가에 가면 할머니께서 할머니 다리 사이에 날 끼고 주무시던 기억.
몸이 약하다고 미꾸라지를 사서 푹 고아주셨던 기억.
아빠 합창단 연주때 입고 가라고 사주셨던 보랏빛 드레스.
우메보시. 만두국.
난 어릴때 기억은 많이 없는데 친할머니의 기억은 그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을 알면 어린 내가 충격을 받을까봐 늦게 알려주신건데 그 이후로 나의 마음엔 늘 할머니께서 가시는 모습을 못 본 것에 대한 죄송한 맘이 있다.
자주 뵙지는 못 했지만 친할아버지 마져 그렇게 보낸다는게 날 참 힘들게 했다.
거의 3일 울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리고 그 다음해에 한국 방문때 우연히 동생의 디카에서 할아버지의 돌아가시전 마지막 모습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또 많이 울었었다.

한국의 외할아버지께서 그리 오래 못 사실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동생이
언니 무서워.
왜? 할아버지 돌아가실까봐??
아니 나 한국 가기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실까봐.
동생에겐 외할아버지는 각별하다.
동생이 태어나서부터 한참을 키워주셨으니까...
우리 두 자매에겐 외조부님은 각별하다.
모든 손주들 중에 제일 아껴주시고 예뻐해주시고...
이제는 연세가 많으시니 언젠가는 주님 곁으로 가시겠지 하면서도 마음 한곁으로는 늘 무서움이 존재한다. 다시는 못 보게 된다는게.

2년전 한국에 방문을 했을때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안으면 다시는 못 안을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으면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 움직이시지도 못하고 사람도 못 알아보시고 식사도 못하신다는 얘기에 동생에게 한국을 다녀오라고 했다.
나와 같은 아픔이 없길 바래서...
혹시나 여기 있는 동안 돌아가셔도 그래도 뵙고 오면 덜 힘들어 할거 같아서...

근데 난 외할아버지마저 이곳에서 보내면 조부모님 세분의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못 보게된다.
주님 곁에 가시는거니 다시 뵐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랠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쉽지 않다.
하루종일 마음이 안 좋다.
그래도 결혼해서 하준이까지 안겨드린것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하고 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니까 저번보다 덜 힘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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