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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기 방/하고픈이야기

시간을 붙잡을수도…

Bach81 2013. 4. 12. 21:18


어제 자기 전에 하준이가 태어나서 병원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았다.
지금은 나의 앉은키 만큼 키가 컸는데 언제 저렇게 조그만했을까 싶다.
일년 반 사이에 이렇게 많이 크다니.
일년 반 전에는 모든게 처음이고 힘이 들어서 맘껏 누리지 못하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만 하고 지냈는데 요즘은 다시 한번 만 더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만낏하면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들 둘째를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요즘 유학 초기때의 생각이 많이 난다.
한국에 전화 많이도 안했는데 300유로 넘게 돈이 나오고
같이 미대입시 준비하던 한 언니는 식사로 테굿의 치즈케이크와 콜라를 먹고
그때 같이 먹었던 치즈케이크와 콜라의 맛은 지금은 느껴지지 않고
오전 오후 어학 시간 채우겠다고 어학원 두군데 다니면서 겨울엔 보온병에 스프 담아서 가고 여름엔 바나나우유 만들어서 들고 다니고
오후엔 집 앞 케밥 집에서 미니 케밥 사서 먹고 다시 학원 가고
17인치 그 무거운 파워북 들고 콘탁한다고 낑낑 들고 학교 다니고
하루 8시간 앉아서 어학 공부한답시고 방광염 걸려 고생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티비의 어린이 프로그램 틀어놓고 목에 좋은 티에 빵에 꿀 발라먹고
언니들은 내 방이 편하다고 술 안마시는 나의 방에 와인 들고 와서 코르크 젓가락으로 쑤셔서 채에 걸러 마시다가 와인오프너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일날 와인오프너 선물 받고
유학 초기 언니들의 사랑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지냈었는데…
그립다. 그시간.

월요일에 카셀 다녀오면서 한번 더 그때 그들과 딱 한번만 더 카셀 시내를 걸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땅에 와서 참으로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10년을 보냈다.
딱 5년만 있다 가겠다고 약속하고 왔는데 이젠 남편에 한 아이에 엄마가 되어 아직도 이 낯선 땅에 살고 있다.
이젠 낯선 땅이 아니라 친숙한 땅이 되어가고 있다.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 중에 책 써서 10권 안나오는 이가 없다고 왠만큼 고생한걸로는 명함도 못 내미는 힘든 타국 생활…
그래도 많은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많이 성숙하며 잘 크면서 이곳에서 살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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