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기 방/하고픈이야기

너무 사랑합니다.

Bach81 2010. 5. 8. 07:00



어릴적 학교에서는 어버이날이 되면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를 썼었다.
만들기를 좋아해서 카네이션 만들기는 제일 자신있고 재밌었지만
편지를 쓸때는 글 재주가 없어서 마음 속에 할 얘기를 다 쓰지 못해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했었다.
그리고는 서랍장 위에서 티비 위에 보란듯이 올려놨었다.
그런데 고등학교때부터 어버이날 편지를 쓸때
너무나 죄송하고 부끄러워 다 쓴 편지를 서랍장에 넣어놓곤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편지를 드리는 것 보다 동생과 조금씩 돈을 보태서
선물을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어서 너무 죄송하다.
이번엔 오래전부터 생각한 직접 쓴 편지를 너무나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약한 손목이 메모만 써도 통증이 있어서 점점 글씨가 엉망이 되버리기 때문에
쓰고 싶은 내용이 많은 편지를 길게 쓰다보면 글씨가 엉망이 될까봐
고민 끝에 컴퓨터의 힘을 빌려 소박하지만 편지지도 만들어서 편지를 보냈다.

부모님들께 편지에 쓴 내용 중에 죄송하다는 말이 가장 많았다.
정말 드릴 말이, 드릴 수 있는 말이 죄송하다는 말 밖에 없었다.
이제 부모님께서도 세월의 힘을 이길 수 없는 연세가 되셨다는걸
너무나 많이 느끼게 되어서 전보다 더 죄송하다.
편찮으실 때 옆에 있어 드리지 못해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 할 수 있다는걸
타향살이를 통해 뼈저리게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부모님 곁을 지켜드려야하는 걸 알아가고 있다.
아직 학생신분이라 변변한 선물 하나 해드리지도 못하고
떨어져 있어서 옆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없고...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부모님께 유일하게 해드릴 수 있는 건
지금 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 정신 잘 차려서 더욱 더 열심히 살다가 가겠다는 것...
그리고 부끄럽지 않는 자녀가 되겠다고...
기도가 끊이지 않는 자녀가 되겠다고 말씀 드리는것 밖에...
 
부모님께서 우리의 아름다운 어릴적 추억과 지금의 행복함을 주신것처럼
이제는 저희가 부모님께서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계실 수 있게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늘 건강하셔야해요. 저희 곁에서 늘 계셔주세요.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립고 보고싶어요.
마지막으로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