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기 방/다이어리

검은 건반 이거나 혹은 하얀 건반

Bach81 2008. 11. 16. 09:35


1시가 넘었지만 건반앞에 앉아보려한다.

그것은 매일 매일 트레이닝 해야 할, 

나 스스로와 약속한 트레이닝 곡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내일 부르게 될 찬양에 더 신경을 쏟기 위함이다.

사실 연습하지 않아도 단순한 코드 반복의 찬양 몇 곡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연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음악의 대상을 생각한다면.....누구를 찬양하는 음악인가를

진지하게 돌아본다면...

그렇게 대충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비록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곡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천천히 악보를 읽어나가며 생각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 군악대 동기가 했던 얘기가 기억난다.

그 친구는 국악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향피리 하나로 살았다.

마음이 안좋거나 울적할때, 방에 들어가 향피리를 불면서

참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의 피리소리와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마음 한구석이 시리기까지 했었다.

내 결혼식에 왔었는데....지금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그 친구에게 향피리가 그러한 존재라면

나에게는 건반이 그러하다.

지금도 이따금씩 마음에 평안이 필요할때

습관처럼 피아노앞에 앉아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95년도..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수련회를 갔었는데....거기서 뭘 했는지는 사실 기억이 나질 않지만

돌아와서는 방학내내 선풍기하나 없는 그 조그마한 방에 웅크리고 앉아

하루종일 수련회에서 배운 찬양들을 이렇게도 쳐보고 저렇게도 쳐보고...

어머니께서 옛날에 공부하시던 악보들..성가집들까지 전부 끄집어내서

그 서투른 솜씨로 떠듬 떠듬 읽어나갔던 기억이 난다.

더이상 구할 수 조차 없었던 그 오래된 62건반 야마하 키보드로 말이다.

그 때부터인가 아마 갑자기 음악이 좋아졌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그런 열정의 시절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은 참 귀하고 소중하다.

도 미 솔  C 코드, 3화음만 알다가

도 미 솔 시b...C7의 울림을 듣고 가슴 설레여하던 그 때 그 시절...

단지 한음만 더 눌렀을 뿐인데...

그래서인지 한음 한음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