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이방/하준이의 일기
첫 입원
Bach81
2013. 10. 26. 05:41
1박 2일 병원 생활이 끝났다.
토요일 새벽 1시 아무런 준비 없이 지갑만 들고 비가 부슬부슬 오는 깜깜한 거리를 20분 걸어 소아과 응급실에 갔다.
2년전 10월 20일 새벽 1시쯤에는 뱃속에 있는 하준이를 분만하러 똑같은 곳의 대학병원으로 향했었는데 이번엔 소아과 응급실로 갔다.
사실 금요일에 주일이 하준이 생일이라 주일학교에서 생일 파티하려고 장을 봐서 오는 길에 하준이가 두번이나 먹은 것을 올려냈다.
옷이랑 유모차가 더러워져서 집에 오자마자 목욕을 시키고 유모차를 빨아서 밖에 세워뒀는데 카셀의 홍목사님께서 다른 도시에 들렸다가 지나가시는 길에 들리신다고 식사를 하자고 하셔서 부리나케 다시 옷을 입고 하준이를 직접 안고 목사님을 뵈러 나갔다 저녁 먹고 들어왔다.
잠들기 전 미열이 조금 있었지만 밥도 잘 먹고 잘 놀아서 괜찮을거 같았다.
토요일 아침 일어나 열이 나고 감기증상이 있어서 밥을 먹고 종합감기약을 먹였다.
점심때가 되자 기침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고 오후가 되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열을 재보니 38.5도
옷을 벗기고 해열제를 먹이고 기다려도 열은 내리지 않고 저녁에 재웠는데 컹컹 기침을 하면서 숨을 잘 쉬지 못했다.
사실 하준이 생일파티한다고 하루종일 빵 굽고 피자 만들고 잘 돌봐주지 못했는데 밤이 되니 갑자기 증세가 심해졌다.
또 다시 숨을 힘겹게 쉬며 기침을 하고 열이 많이 났다. 옷을 벗기고 물수건을 해줘도 소용이 없었다.
얼릉 옷을 입고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새벽 1시 낙엽이 떨어진 길을 열이 펄펄 끊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가는 길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소아과 응급실이 어딘지 몰라 산부인과에 갔다가 겨우 소아과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니 급성 기관지염.
열을 재고 급하게 산소호흡기를 대고 숨소리를 진정 시킨 후 입원실로 가라고 했다.
여긴 다 알아서 찾아가야한다.
새벽비를 맞으며 길을 걸어 유아병동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다시 해열제를 먹고 생일이라고 선물도 받고 입원실로 안내를 받았다.
입원실에 들어서니 2시 반.
생각치 못한 입원에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옷을 벗고 대충 잘 준비를 하고 있으니 간호사가 물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는 하준이가 잠이 들면 얘기해 달라고…
3시가 되고 4시가 되고 하준이가 잘 생각을 안한다.
과자를 찾는다.
눈이 말똥말똥하면서 배가 고픈지 과자만 찾는다.
아빠가 급히 간호사에게 찾아가 혹시 먹을게 있는지 물어보니 한참 뒤에 딱딱한 잡곡빵 두개와 잼과 치즈와 처음보는 양송이맛 크림을 가져다 줬다.
하준이가 허겁지겁 빵을 받아 먹는다.
엄청 배가 고팠나보다.
빵을 먹고 유모차에 태워 재우니 금새 잠이 들었다.
5시가 되어서 하준이 손에 심장박동기를 달아주고 1인용 침대에 위 아래 나눠 잠이 들었다.
7시 반에 하준이가 기침을 심하게 하며 잠에서 깼다.
다행히 열은 내렸지만 기침도 심하고 손에 달려있는 심장박동기 때문에 거의 한시간을 울고 짜증을 내다가 겨우 달래서 빵을 좀 먹였다.
하지만 목이 아픈지 빵 말고 밥 달라고 한다.
목소리도 안나오고 아파서 짜증도 많이 내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바이러스 옮긴다고 병실 아니면 산책만 다니고 복도랑 놀이방에는 다니지 말라는 말에 비가 와서 나가지도 못하고 거의 한두시간을 짜증과 울음을 반복하다가 결국엔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한 삼십분 만에 잠이 들었다.
하루종일 제대로 된 치료는 한번도 없고 계속 열 재고 피 검사하고 소변검사하고 청진기로 숨소리 듣고…
동생이 급한대로 이불과 핸드폰 충전기랑 먹을거랑 치약칫솔 등을 가지고 왔지만
하준이가 자꾸 밥을 찾아서 교회 동생에게 교회 비빔밥을 부탁해 먹였더니 너무 잘 먹는다.
동생은 토요일에 내가 하루종일 만든 머핀과 피자를 아이들에게 갔다주고 왔다.
낮잠도 잘 자고 밥도 먹고 그래서 인지 저녁엔 일찍 잠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7시 아침을 가져다 주는 소리에 우린 일어나고 하준이는 8시 반이 되서야 일어났다.
푹 자서 인지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아침 빵도 잘 먹었다.
의사가 아침 회진때 집에 가도 된단다.
다시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재발했을 경우 응급으로 줄 좌약 한알을 주고…
정말 후딱 짐을 싸서 감옥과 같은 병원을 뛰어나왔다.
집에 오자마자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필요하다 해서 공원도 다녀오고 포도밭 꼭대기도 다녀왔다.
확실히 공원이랑 포도밭에 있을때는 기침을 안했다.
집 근처로 오니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
몇일간 기침때문에 힘들어했지만 잘 회복하고 있다.
하준이가 자주 아프지는 않지만
첫 감기인 생후 8개월에 코도 막히고 숨을 못 쉬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아이를 밤새 꼭 안고 있다가 아침 8시에 맞춰 병원에 가서 겨우 치료를 받았었다.
작년엔 한국에서 평일에 같은 증세로 아파서 집 앞 가정의학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었다.
이번에도 가을이 되니 아푸구나.
내년엔 준비 하고 있어야지.
한국에서 기침패치랑 감기패치랑 쿨패치를 받아놔야겠다.
도라지랑 구기자랑 받아서 배랑 대추 넣고 자주 우려서 줘야겠다.
그래도 2년 전엔 생각치 못한 제왕절개로 입원준비 잘 해서 갔지만 너무 힘들게 있다왔는데 이번에 아무런 준비 없이 갔지만 나름 잘 있다가 왔다.
1인실이여서 그런가 아주 잘 있다가 온거 같다.
하준이가 아픈거랑 1인용 침대에 둘이 자야한다는거 빼면 말이다.
다음에 다시 기관지염으로 응급실 찾게 되면 짐 잘 싸서 가야지.
이불이랑 치약 칫솔 수건 잠옷 슬리퍼 샴푸 충전기 먹을거 로션 등등
일주일이 지난 지금 많이 좋아졌다.
기침을 좀 하지만 컹컹거리는 소리도 없어지고 잘때도 조용히 잘 잔다.
대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에 일찍 잔다.
덕분에 수면교육 없이 바른 생활한다^^
밥도 먹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돌아왔다.
다음주면 완전히 회복하겠지.
아이가 아픈거 보는건 너무 힘든일이다.
아이가 아프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병원에 있었던 1박 2일 완전 길게 느껴졌다.
이번 하준이 생일은 화려하게 보냈다.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님들께 생일 축하메세지 들으며…
독일어랑 영어로…
앞집 할머니께도 선물을 받았다.
퇴원해서 집에 왔더니 할머니께서 직접 가져다 주셨다.
브레멘 동물음악대 책이랑 동물원 과자랑^^
하준이가 아프고 나니 이모랑 츄스랑 이거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테리를 쓰다듬으며 아이이뻐 아이조아라고 한다.
말이 느는건 좋지만 아픈건 마음이 아프다.
쑥쑥 클때마다 아프겠지만 큰 탈 없이 잘 이겨 낼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엄마가 되길 기도한다.
사랑해 아가. 아프지마…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