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기 방/태교일기

5일간의 독일 병원 입원

Bach81 2011. 11. 29. 23:34

내 기억으로 병원에 입원한 기억은 아주 흐릿하게 아주 어릴때 잠시 입원했던 기억 빼고는
이번에 두번째인거 같다.
하지만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 생애 첫 수술. 응급 수술!!!
워낙 응급이라 동의서 조차 받을 시간도 없이 바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입원실로 옮겨져서 너무 피곤해 한숨 더 자고 일어나자
저녁 시간인거 같은데 간호사들이 오더니 일으켜주겠다고 한다.
간호사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는 순간 밑으로 뜨거운 물 같은게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는 기운이 쫙 빠지면서 다시 기억이 혼미해졌다.
언뜻언뜻 간호사들은 당황해 하면서 의사 선생님들을 모시고 왔고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끝임없이 나를 불렀다.
Frau Lee!!!!
그리고 새벽 내내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계속 내 곁에서 왔다갔다 했다.
아침에 되자 다시 간호사들이 와서 화장실을 데려다 주겠단다.
출혈도 멈췄고 괜찮아졌으니 부축을 받고 화장실을 가자고 했다.
어떻게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너무너무 아픈 기억뿐이다.
오전에 엄마, 박자기, 미은이가 병원에 왔다.
박자기가 주치의한테 가서 물어봤더니 보통 제왕절개를 하면 출혈이 있긴한데
보통보다 출혈이 많았다고.... 그래도 다 괜찮아졌다고 한다.

이곳 병원은 21시까지만 면회가 가능하다.
다행히 하준이는 Kinderzimmer가 있어서 내가 잠 자거나 쉬고 싶을때 맡겨놓을 수 있었다.
박자기가 병원에 있을때 하준이와 같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Hebamme가 하준이에게 젖을 물려야한다고 했다.
너무나 작은 우리 아가를 품에 안고 젖을 물려보았다.
나오지도 않은 젖을 어찌나 열심히 빨던지^^
그날 저녁부터 젖몸살이 시작 되었다.
뜨겁고 딱딱해지면서 어찌나 아프던지.....
젖이 아프다 하니 냉찜질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밤새 냉찜질을 했더니 손목이 너무 아파왔다.
한국에서는 절대 찬 것을 못 만지게 하는데 이곳에서는 냉찜질을 하라고 권한다.
침대 옆 사물함을 어찌나 무겁던지.....
몸과 배는 어찌나 아프던지 박자기가 없는 시간에는 물조차 맘대로 마실 수 없었다.
그리고 같이 방을 쓰는 두 독일 아주머니는 어찌나 건강하신지 밤새 수다를 떠시는 것도 모잘라 낮에는 면회가 쉴 새 없이 왔다.
아침엔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하고 밤새 수다 떨고 낮엔 사람들이 왔다갔다.
잠도 한숨도 잘 수도 없고 하준이가 울면 간호사는 데리고 오고 젖은 안나와 밤새 찡찡 대고
팔에는 주사로 인해 멍투성이에 몸도 너무나 아팠다.
그렇게 4일이 지났을때 난 도저히 병원에 더이상 머물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너무 힘이 들어 눈물만 주룩주룩ㅠㅠ
아침 회진때 최원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더니 피 검사를 해보고 정상이면 내일 퇴원을 해도 될거 같다고 했다.
다음날 회진때 의사 선생님께서 피 검사를 다시 해야하긴 하지만 퇴원해도 된다고 하셔서
하준이 U2를 마치고 예방접종도 마치고 오전 11시에 집으로 갈 수가 있었다.
아마 그날 퇴원을 안 했으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아졌을거 같다.
사실 집에 돌아와서도 몇일간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도 먹고 마음도 편한데 좀처럼 몸이 회복되질 않았다.
집에 Hebamme가 방문을 했을때 나의 빈혈치수가 아주 낮다고 한다.
심각하니 빨리 산부인과 방문을 해야할거 같다고..... 얼굴이 하얗다 못해 회색빛이라고.....
그렇게 퇴원한지 10일만에 산부인과에 갔다는데 의사선생님께서 놀라신다.
아주 심각하다고......
한국이였으면 영양제도 맞고 한약도 먹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면 좀 수월하게 회복 할 수 있었을텐데.....
내가 기운이 없다는 말을 이곳 의사들은 이해를 잘 못한거 같다.
어지럽다고 해야 심각하다고 생각을 했다.
난 너무 기운이 없어 기운이 없다고만 했는데 어지럽다고 할걸.....
피가 모자르면 어지럽다 못해 기운이 점점 없어진다고 한다.

타향에서의 출산.
한국이였음 좀 더 수월 했을까???
엄마, 박자기, 동생, 하준이, 나 다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내년에 한국가면 몸보신을 좀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지금은 Kräuterblut랑 철분을 먹으면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아쉽게 젖을 말라가고 있다.
혈액이 부족하면 젖이 안 돈다고 한다.
제왕절개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돈이 많이 들어갈지 몰랐다.
우리 하준이 잘 키울 수 있겠지???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거 맞겠지???
손목이랑 팔이랑 어깨랑 끊어질거 같은데 아기띠가 있으면 참 좋겠다.
어디 돈다발 안 떨어지나???^^;;;;;